학생기자단
경관학회 학생기자단 소식지 NO.92(24-6) :조선 왕실의 고요한 안식처, 의릉
관리자 2025.03.04 30

조선 왕실의 고요한 안식처, 의릉

- 경종과 선의왕후의 역사적 무덤

(사) 한국경관학회 학생기자단 13기

숭실대학교 한유성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의릉은 조선 20대 왕 경종과 그의 계비 선의왕후의 무덤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근처에 위치하며, 과거 중앙정보부가 있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7월 초 맑은 한여름 날, 이 조용한 공간을 찾아 나선다.


신이문역에서 내려 이문초등학교를 지나면서 의릉의 분위기를 미리 상상해보며, 다른 왕릉에 비해 규모가 조촐하여 볼 것이 많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몸이 매우 약했던 경종의 이미지 때문이라도 능도 우울하고 쓸쓸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의릉 홍살문

의릉 홍살문 (출처 본인)

정자각으로 향하는 향로와 어로

정자각으로 향하는 향로와 어로 (출처 본인)


홍살문을 넘어, 의릉의 첫인상과 참도의 역사

의릉의 입구에 들어서면 단아한 홍살문이 방문객을 먼저 맞이한다. 이후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그 위에 자리한 소박한 건물 한 채, 건물 뒤로 보이는 웅대한 무덤, 그리고 푸른 천장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홍살문에 발을 디딘 순간, 공간 전체가 세상과 분리된 듯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감정이 밀려온다. 푸른 하늘과 넓은 잔디밭,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한 왕릉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비석이 되어 공간 전체를 압도하고, 그 시대의 역사를 무겁게 수호하고 있었다.

홍살문에서 시작하여, 제례를 지낼 때 사용하는 의릉 중앙의 '丁'자형의 건물 정자각까지 직선의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높게 조성된 '향로'와 오른쪽에 한 단 낮게 조성된 '어로'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이 길을 '참도'라는 용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 신사를 참배하는 길이라는 뜻의 '참궁도'에서 유래한 말로, 일제강점기에 왕릉을 참배하는 길로 사용되므로 바꾸어야 할 용어이다.

의릉 정자각

의릉 정자각 (출처 본인)

의릉 정자각

의릉 정자각 (출처 본인)

정자각 내부

정자각 내부 (출처 본인)


정자각으로 가는 길, 경종의 흔적

어로를 따라 걷다 보면 주변의 경치는 변함이 없지만,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고 차분해지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의릉의 중심부로 갈수록 공간이 지닌 역사적 무게감과 고요함이 더욱 깊게 다가오는 듯하다. 정자각은 전형적인 팔작지붕 형태에 지붕 선의 곡선미가 인상적인 건축물이다. 기둥과 대들보에는 다양한 전통 문양들이 새겨져 있고, 오색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문양들이 조선 시대의 예술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맑은 날씨에 방문했기에 더욱 강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의릉 비각

의릉 비각 (출처 본인)

의릉 근처 연못

의릉 근처 연못 (출처 본인)

하지만 비 오는 날에 방문한다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될 것이다. 처마에서 내려오는 빗소리, 비가 잔디밭을 통해 연주하는 소리, 그리고 연못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더욱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을 줄 것이다. 당시 어린 나이에 노론과 소론의 정치적 대립 속에서 견뎌냈던 경종의 쓸쓸한 삶이 고스란히 느껴질 것이다.

물론 눈 온 뒤의 경관도 또 다른 매력을 지닐 것이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의릉의 압도적인 분위기와 역사적 무게감을 독자들이 직접 느껴보기를 추천하며, 본 고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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