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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학회 학생기자단 소식지 NO.8 : 천년의 유산, 하동 녹차 밭을 걷다.
관리자 2019.08.13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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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유산, 하동 녹차 밭을 걷다.



하동 전통차농업 도보워크숍



()한국경관학회 학생기자단 8



인천대학교 김도영









늦장마가 한창이던 지난 726일과 27,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서 한국경관학회와 명소IMC가 주관한 하동 전통차농업 도보워크숍이 진행되었다.



한국경관학회의 주신하 교수를 비롯한 9명과 명소IMC3, 주민 대표가 참석하여 국가중요농업유산이자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하동 전통차농업의 가치평가와 개선점 등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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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워크숍의 첫 일정은 하동야생차 박물관에서 시작했다. 본격적인 답사에 앞서 하동 전통차농업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준비된 일정이었다. 박물관 관람을 통해 녹차의 효능과 성장/재배과정과 왕의 차로 불리는 하동 녹차이야기에 대한 간략한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하동전통차농업가 선정된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와 함께 관련한 농업경관, 농업생산, 농업생태, 농업문화의 4대 농업요소와, 현재 하동 전통차농업이 처한 현실에 대한 상황을 간략하게 들었다.





다음으로는 녹차를 만드는 과정중 하나인 덖기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덖기, 밭에서image03.png 따온 녹차를 직접 손으로 볶으면서 건조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촉촉한 찻잎을 고온의 솥에 넣고 볶기 시작하자 타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운 수증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5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솥의 열기로 인해 땀이 흘렀다. 적당히 건조가 끝난 잎은 따로 모아서 천을 깔아놓고 비비기를 시작한다. 찻잎을 모아 둥글게 모으고 밀기를 반복한다. 고급차에 걸맞는 맛과 향을 만들어 내는데 있어서 중요한 작업이라고 한다. 덕분에 직접 차를 만드는 일은 고된 노동임에도 하동에서 기계로 녹차를 만들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계로는 하동의 차 맛을 이끌어낼 수 없기에 전통의 수제방법을 고수하는 것이다.







차밭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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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천을 따라 이동하면서 첫 번째로 도착한곳은 정금차밭이다.



정금차밭은 가파른 산자락에 형성된 선형의 차밭이다. 정금차밭의 꼭대기에서 밑으로 내려다봤을 때 부채꼴 모양으로 양옆에 넓게 펼쳐지는 차밭은 마치 로마의 원형극장을 연상케 한다. 차밭 주위로는 천년차밭길이라는 탐방로가 조성되어있어서 차밭과 화개천 그 너머까지 조망하기 좋았다.







구불구불 급경사를 올라서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도심차밭이다. 이곳은 천년의image06.png월을 버틴 차나무로 유명한 곳이지만 슬프게도 천년차나무는 얼마 전 냉해로 죽었다고 한다. 차밭사이에 차밭의 연속적인 풍경을 방해하는 농업구조물들이 설치되어있었다. 이를 보며 녹차를 재배하는 주민들의 생계와 경관보존 사이의 경중을 논하는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어쩌면 도심차밭의 상황이 현재 하동의 전통차농업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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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명원차밭이다. 차 시배지 다음으로 오래된 차밭으로 수백년 간 유지된 원형의 차밭이 특징이다. 하지만 재배하기 어려운 지형적 특성과 임금, 고령화 문제 등이 겹쳐 현재는 재배하지 않고 휴경중인차밭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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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네 번째로 방문한 차밭은 고려다원으로, 일반적인 선형의 차밭이 아닌 점적인 군락을 이루며 독특한 형태를 갖는 차밭이다. 차밭 중간 중간에 다양한 식생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식생구조와 지형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한 차밭관리방식을 볼 수 있었다.











찻자리 워크숍





현장답사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전통차밭과 농업의 다양한 가치에 대해 토론이 진행되었다. 토론은 크게 차밭의 문화경관 가치 평가, 지속적인 문화경관 유지와 형성 방안 모색, 차밭 문화경관의 활용방안 모색의 3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서울여대 주신하 교수는 문화경관 평가에 대해 문화경관이 전체적으로 계승/전승될 수 있었기에 농업유산/문화경관으로서 가치가 높지만, 결이 맞지 않는 인공적인 개발요소들이 어울리지 못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관으로서의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뒤이어 재배면적이 줄어들면서 점점 전승/계승이 조각나고 있으며 그사이를 개발압력이 비집고 들어와 부서진 작은 조각들을 소멸시키고 있다라는 의견 또한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도 있는 이야기가 오고간 것은 현재 하동의 차농업이 처한 현실에 관한 이야기였다.





현재 하동은 전과는 달리 더 이상 차 밭이 각광받는 농사로 여겨지지 않는다.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주민들은 더 이상 수익이 되지 않는 전통의 차 농사를 지으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농업유산의 개념으로서 하동 녹차산업의 변화가 과연 적절한 움직임인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 농수산대 권윤구 교수는 원형에서 벗어나 시대에 따라 적절히 변하는 것 역시 생산지의 역할을 하는 농업유산의 요소에 해당 될 수 있다, “강압적으로 원형의 것만을 고수하는 것 역시 좋은 생각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며 전통적인 유산으로서의 경관보존과 생계를 잇는 주민들에 의한 산업화의 변화, 둘 중 그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한다는 주장도 언급되었다. 또한 이 자리에 참석했던 주민 대표는 농가는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라며 녹차 밭의 유지는 녹차생산의 수익성에 달렸다고 하였다. “전통차밭의 경관유지의 책임을 모두 주민들에게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전통차농업 보존을 위해 농가에 인센티브 지급이나, 생산지인 화개면의 부족한 녹차 문화시설 확충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농가의 관점을 보여주었다. 한편으로는 녹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가치와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골격의 파악이 있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과물인 야생차밭의 경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녹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통차농업이라는 문화경관의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동 화개면은 상대적으로 녹차산지라는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기에 주변의 유명 관광지인 쌍계사와 화개장터를 활용하여 녹차 밭을 홍보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와 함께 도보로 연계하여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적인 경관을 발굴하고, 색상 대비와 같은 방법을 통해 시선을 차밭으로 안내하는 시설/장소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덧붙여졌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하동차밭의 아담한 규모 같은 매력을 잡아서 관광요소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더 높이, 더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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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에는 하동 악양면에 위치한 최참판 댁과 박경리 토지문화관을 방문하였다.



긴 언덕을 올라 최참판댁 문 앞에 도착하자 넓은 평야와 섬진강이 보였다. 아쉽게도 비가 와서 화창한 날보다 멀리 보이진 않았지만, 비가 만든 하얀 안개 너머 언뜻 푸른 평야가 보이는 것이 비가 오는 날에만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특별한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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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이동한 곳은 섬진강문화 재첩축제였다.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시스템 역시 하동 전통차 농업처럼 국가중요어업유산에 등재되어있는 유산이다. 이곳 역시 섬진강을 매개로 수천년 간 인간과 강이 공생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축제에서 상품으로 건 황금 때문인지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축제현장은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이지만 재첩잡이 축제현장에서의 섬진강은 오히려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처럼 보였다.







맺으며





녹차를 처음 우려서 마시면 달콤하다. 그렇지만 점점 우려서 마지막잔에 이르면 씁쓸한 맛이 더 강하게 난다. 다례체험 중 느꼈던 녹차의 맛이 현재 하동 차농업의 현실과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멀리서보는 푸른 녹차 밭은 달달하지만, 한 발씩 가까워질수록 씁쓸한 현실과 마주한다는 것이 달콤씁쓸한 녹차와 닮았다. 하지만 동시에 녹차의 맛은 씁쓸하기에 달콤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하동의 녹차 역시 천년 동안 수없는 씁쓸한 현실이 있었기에 달콤한 경관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천년 후의 오늘은 천년 전의 어제와는 다른 세상이지만, 그 천년의 변화 속에서 유산으로서 굳굳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달콤씁쓸한 녹차의 맛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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